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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특구, 주변국과 관계 개선 없이는 발전 어려워"


지난해 1월 새에 맞춰 개장한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우리투어' 사진 제공.
지난해 1월 새에 맞춰 개장한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우리투어' 사진 제공.

북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가운데 경제특구 건설이 두드러지지만 실질적인 투자와 개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안정적 기업환경과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경직된 관광 유치 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의 비영리 교류단체 조선 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대표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미-한 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23일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주요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의 잠재력과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우선 신의주 특구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중국과의 물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신 압록강대교의 건설은 지난해 중국에 의해 실질적으로 완료됐지만 북한은 국경 통과를 지원하는 행정 혹은 기반시설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신의주와 안주를 잇는 도로의 개보수를 마치지 않아 상업의 중추인 평안북도를 통한 상품 운송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있어 신 압록강대교의 개통까지 더욱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모두 신의주 특구 개발을 정책 우선 순위로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충분하다면서 지난달 중국 단둥시 북-중 국경 주변의 양국 주민이 상품을 무관세로 교환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이른바 ‘호시무역구’가 개설된 예를 들었습니다.

이어 북-중 관계가 다소 개선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할 경우 신의주에 대한 중소 규모의 투자를 기대해 볼 만 하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중국의 잠재 투자가들이 북한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 북한으로부터 인력 혹은 소규모 물품을 들여오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두 전문가는 원산관광특구를 북한이 각별히 의욕을 보이는 사업으로 소개했습니다. 기존 금강산 관광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있고 새 민간 공항과 마식령 스키장 개발 등으로 집중 홍보됐던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원산관광특구 관계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한국과 일본 관광객 수요를 특구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지만 단기간 내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게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방문객들과 줄곧 동행하는 북한 안내원들을 관광특구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장애물로 규정했습니다. 지난 5월 이 지역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에게는 안내원 2명씩이 배치되는 등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같은 감시원 혹은 안내원 동행 방식이 지속되는 한 2020년까지 연간 관광객 수를 2백만 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북한 당국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두 전문가의 전망입니다.

나선 경제무역지대 관련 움직임으로는 2012년 나진항에서 중국 훈춘까지 도로가 개설된 것과 다음해 나진에서 러시아 하산까지 철도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 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습니다. 또 훈춘 시 두만강 하구 북한 접경지대에서 신두만강대교 건설 작업이 한창인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북한이 훈춘에서 나선으로 연결되는 전기공급 라인을 통해 중국 지린성 가격으로 전기를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13년 핵 실험과 장성택 숙청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중 관계가 훨씬 더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보다 큰 규모의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기업 환경이 개선됐다는 구체적 기록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정치적 위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북-중 관계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나선에서 일하는 중국 옌지 출신 기업가들을 인용해 지난해 여름 현지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나선 지역 국경 출입국 심사와 등록 절차 등이 까다로워지는 바람에 사업 허가와 관련 활동이 뜸해졌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외국인 등록 차량에 대한 연료 판매를 제한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줄였을 뿐아니라 일상적 업무 절차에까지 비공식 수수료를 부과해 나선에서의 사업 비용을 높였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 허가나 업종 변경 허가를 받는 것 역시 훨씬 어려워졌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북한 경제특구 실험의 성공은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며, 각 특구에 맞는 개발 계획과 조직을 강구하고 법의 적용과 정치경제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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