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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고위관리, 영화 '인터뷰' 논란장면 자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작전을 그린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 예고편 중 한 장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작전을 그린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 예고편 중 한 장면.

미국의 소니 영화사가 영화 ‘인터뷰’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장면과 관련해 국무부 고위 관리의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장면에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인다는 게 당국자들의 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제가 된 장면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포격을 받아 머리카락에 불이 붙고, 결국 머리가 터져 죽는 영화의 절정 부분입니다.

북한이 지난 6월20일 무자비한 대응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당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이 영화를 제작한 소니 영화사 측에 북한의 위협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비스트'는 해킹으로 유출된 소니 영화사 간부들의 이메일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소니 영화사의 자문 요청을 받은 군사안보 전문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첫 위협 닷새 만인 지난 6월25일 소니 영화사 마이클 린튼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문제의 장면을 변경하지 말 것을 권했습니다.

영화 장면 수위를 낮출 경우 북한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만, 김정은 일가를 제거하고 북한 주민이 새 정부를 수립하는 내용은 남북한 주민들에게 실제로 그런 생각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입니다.

그러자 린튼 회장은 같은 날 베넷 연구원에게 보낸 답장에서 국무부의 매우 높은 관리로부터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다음날인 26일 린튼 회장에게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대화를 나눴으며, 그 역시 이번 위협이 북한 특유의 협박이며,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킹 특사가 별 우려를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전적으로 소니 영화사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데일리 비스트’ 는 소니 영화사의 최고 경영자와 외부 자문인력의 이런 이메일을 근거로, 적어도 두 명의 미 정부 당국자가 이 영화의 1차 편집본을 본 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이를 북한 정권을 겨냥한 유용한 선전수단으로 간주하며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런 보도와 관련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소니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눴다고 확인했습니다.

[녹취: 젠 사키 대변인] “I can confirm for you that Assistant Secretary Russell did have a conversation with Sony executives, as he does routinely with a wide range of private groups and individuals, to discuss foreign policy in Asia.”

그러면서 이는 이는 다양한 민간 단체, 개인과 아시아 외교정책을 논의하는 정례적 접촉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그러나 보도내용과 달리 로버트 킹 특사는 영화 ‘인터뷰’를 보지 않았고, 소니 측과 직접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젠 사키 대변인] “Bob King, contrary to reports, did not view the movie and did not have any contact directly with Sony.”

또 소니 측이 러셀 차관보의 반응을 영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읽은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떤 경영자도 그들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국무부나 미국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당국자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와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를 경영자들과 나눈 것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사키 대변인은 국무부 관리들이 영화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민간 부문 종사자들과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묻는 개인들을 정례적으로 만나고 협의한다면서, 작품에 대한 예술가들과 영화업계의 선택을 존중하고 국무부가 이를 승인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인터뷰’는 미-북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닌 그저 영화인 만큼 미국 정부가 지지하거나 의견을 가질만한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키 대변인은 자칭 ‘평화의 수호자’라는 해커조직이 16일 ‘인터뷰’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테러하겠다고 협박한 데 대해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현재로서는 해당 위협에 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만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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